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으로 등단한 손남훈 평론가의 두 번째 평론집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변화하는 매체 환경과 사회 현실, 그리고 서정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담고 있다.
1부에서는 급속히 변화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한국문학이 어떻게 변모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핀다. ‘SNS 시’, ‘AI 글쓰기’, ‘웹소설’ 등 새로운 매체 양식이 등장하면서 표현 형식과 감각, 세계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그 문학적·비평적 의의를 탐색한다.
2부는 우리 사회 곳곳에 드러나는 다양한 ‘증상’을 비평적 시선으로 해부한다. 한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비롯해 ‘국뽕’ 현상의 내면, 예능 프로그램 속 타자의 재현 방식, 지역 감수성의 문제 등을 다루며, 서로 무관해 보이는 문화 현상들이 어떻게 긴밀히 얽혀 있는지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삶과 현실의 복합적인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3부와 4부에서는 여러 시편에 대한 분석을 통해 ‘서정의 동일성’이 지닌 근원적 아이러니를 탐색하고, 서정의 본질을 새롭게 묻는다. 저자는 서정이 오히려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순간 더욱 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삶이 본질적으로 아이러니를 품고 있듯, 시 역시 아이러니를 통해서만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서정의 아이러니』라는 제목으로 집약된다. 이 책은 문학과 현실, 그리고 서정의 의미를 다시 사유하게 만드는 밀도 높은 비평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