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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시선
바다는 칼날을 세운다

신생시선

바다는 칼날을 세운다

저자
신원희 시집
호수
신생시선 062

신원희의 시는 삶의 본질적이고 총체적인 문제, 즉 생과 사의 스펙트럼을 시적 테마로 다룬다. 신원희 시집에서 낡고 늙고 녹슬고 소외된 존재와 사물들에 주목하면서 그와 대극에 놓인 생의 고양과 의지를 보이는 시편을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이는 신원희 시만의 특징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살아있되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삶의 부조리를 인식하면서, 세상의 무의미를 나의 의미로 구체화하려는 시적 노력을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시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생의 전체를 통찰하면서 이를 역설의 언어로 제시하는 시인의 대상 인식과 세계 감응 태도는 파토스적 세계 인식을 전제로 한 허무나 절망, 그리고 그 반대급부로 제시되곤 하는 무책임한 희망과 도피의 태도와는 분명히 구별된다.(⋯)신원희 시인은 세계의 모순을 포용하되 이를 자기 갱신의 내적 아이덴티티로 삼아 의지적 상상력을 펼치면서도, 우리 주변의 편린과도 같은 존재와 대상들에게서 그 잠재성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보편적 지평을 더 넓게 확보하고 있다. 이 점이 근대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신원희 시의 진정성이 윤리적 태도를 내포하고 있는 한 진경이 됨은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 손남훈(문학평론가, 부산대 교수)